감성 3

|컬럼| 342. 사랑을 할까, 생각을 할까

분노 조절을 남들처럼 제대로 하지 못하는 라이언은 눈이 가을 하늘같이 짙푸른 30 중반의 백인 남자다. 민감한 발육 시기를 고아원에서 보낸 그는 걸핏하면 남과 싸우거나 말썽을 부리면서 오랜 세월을 정신병원에서 살아온 성격장애 환자다. 병동 직원들 거의 모두가 그를 싫어하는 눈치지만 나는 두뇌가 총명한 그를 좀 좋아하는 편이다. 세션이 끝나면 자꾸 “I love you, Doctor!” 하는 그에게 나는 으레 “Don’t love me. Think about what I said!” 한다. 그는 아직 왜 내가 그런 반응을 보이는지 깊이 생각해 볼만큼 심리상담에 대한 관심이 없다. 라이언은 부모의 사랑을 받지 못하면서 자랐다는 이유로 지금 부모 역할을 해주는 정신과의사에게서 긍정적인 관심을 받고 싶어서 안달..

|컬럼| 303. 감정의 역동성

주말 아침에 한 정신과의사가 티비 뉴스 프로에서 우울증에 대하여 말하는 장면을 보았다. 그는 새로 개발된 약을 추천하면서 그 약이 우울증 외에도 불안증세가 있으면 그것 마저 곁들여서 잘 처리해준다고 언급한다. 그 순간 셰익스피어가 햄릿 입을 통해서 한 말, "To be, or not to be, that is the question."을 이상스럽게 연상하면서 움찔했다.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하는 그 유명한 구절을 나는 그때 굳이 '존재하느냐, 존재하지 않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하고 직역을 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있다, 없다' 하는 흑백논리를 추구하는 그 유능해 뵈는 백인의사에게 거부반응이 일어났던 것이다. 사람 마음이란 이를테면 한 여자가 임신이다, 아니다 할 때처럼 우울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