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편은 기(氣)를 '기운 기'라 풀이하지. 기세, 기백 뿐만 아니라 기분이 좋다, 나쁘다 할 때도 똑 같은 '기운 기'를 쓰는 것도 당신 알아? '공기'나 '기후'에서도 마찬가지야. 그런데 '기운이 좋다' 하면 그건 힘이 세다는 걸 뜻하잖아. 그러니 이거 뭐야. 힘이 공기에서 산출된다는 말이 되네. 좀 혼동스럽네. 나는 힘(力)이라는 것이 근육이나 장도리 같은 연장이나 도구에서 나오는 줄로 알았지.
그건 물리적인 힘이라구? 정신적은 힘은 공기에서 나와? 그래서 사람이 영리해 보이면 눈에 총기(聰氣: 귀 밝을 총; 기운 기)가 바글바글하다고 하나? 그래요. 알았어요. 기가 공기(air)에서 나오지, 절대로 망치나 권총에서 나오지만은 아니라는 것을.
예술가는 '끼'가 있어야 된다는 말을 우리는 자주 하지. 그때의 끼는, 에헴, 사실 기의 경음화 현상이다. 소주를 쏘주라 하고 자장면을 짜장면이라고 하는 거하고 같은 이치야. 열기(熱氣)도 열끼라 하고. 하다 못해 우스개말로 사부(師父)님을 '싸부님'이라고 하지 않아? 그렇다면 월드 컵에서 붉은 악마들이 '오 필승 꼬레아' 할 때 꼬레아도 코리아의 경음화라구? 그런가?
어쨌던 어떤 자음이든지 경음화시키면 좀 쿨하게 들리는 건 사실인지 몰라요. 그래서 사랑을 고백할 때 '사랑해'하지 않고 '싸랑해'하면 쿨하나. 글쎄 그건 좀...
남자건 여자건 바람기가 있다는 말은 '바람의 기운'이 있다는 뜻으로 아주 경건한 표준말이다. 사람 정신이 바람처럼 종잡을 수가 없고 왔다리갔다리한다는 뜻이려니. 근데 우리는 꼭 바람끼라고 말하고 심지어는 바람을 빼고 그냥 끼가 있다 하지. 끼가 있다는 건 엄밀히 말해서 '기운'이 있다는 뜻이지요. 암, 그렇고 말고.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바람을 피우려면 우선 사람이 기운이 있어야 해. 맞다맞다. 바람은 기운이 없으면 못 피운다. 피우고 싶어도 그림의 떡이지. 히히히.
끼가 있어야 좋은 예술가처럼 남들을 감동시키고 즐겁게 한다. 그래서 예술가들도 기운이 넘쳐 흘러야 해. 기운은 타고 난 걸까? 그러면 워낙 골골하는 체질로 타고난 사람은 어떡하냐구? 그런 사람들은 유능한 예술가도 못되고 바람도 안 피우는 모범시민이 된다 이거지. 그런 잔잔하고 평온한 분들은 옛말에 나오는 영웅은 호색이라는 속담 같은 걸 걱정하지 않아도 되요. 근데 기운을 키우는 한 가지 방법이 있기는 한데. 뭔지 알아?
기운이 어디에서 나와? 우유? 오이나 당근이나 고사리? 아니지. 고기에서 나오지. 힘을 내는데는 동물단백질이 최고래. 그러니까 그저 눈 딱 감고 매일 고기를 먹고 체육관에 나가서 운동을 하세요. 체육관이 번거로우면 매일 조깅을 하거나 산책을 하거나 하세요. 내가 별로 감탄하지 않는 '끼'가 별로인 일본작가 하루키(하루끼?)도 그래서 지가 규측적으로 운동을 하며 지 기운관리를 잘한다고 얼마나 폼을 잡는데 그래.
기거나 끼거나 하여튼 그걸 워낙 타고난데다가, 게다가 고기 많이 먹고 운동 많이 하면 어떻게 되냐구? 그거야 금상첨화지. 금상첨화의 참뜻이 뭐냐구? 글쎄, 당장은 모르겠는데. 공부를 더 해 봐야 돼.
© 서 량 2010.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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