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나비
전애자
여자는 나를 보자 조용히 웃었다. 대학 교정에 있던 노란 은행잎을 닮은 경혜였다.
모습은 나와 달리 세월이 여유를 가지고 흐르고 있었다. 시내 중심을 가로지르는 꿈을 키우던 개울물이 조잘거렸고, 공주(公州)의 외곽을 흐르는 노을로 물든 금강의 황금 물결이 출렁거렸다. 공예를 가르치시던 근엄하면서 인자하시던 안교수님, 경상도 사투리가 구수한 동양화를 지도해 주셨던 강교수님, 국전 준비로 학생들과 같이 밤샘을 자주 하시던 황교수님의 얼굴이 겹쳐 다가왔다. 그리고 묘한 웃음으로 가슴을 뛰게 했던 총각이셨던 신교수님의 모습이 다가왔고, 많은 옛친구들이 한꺼번에 밀려왔다. 나는 와락 껴안았다.
아! 오랫동안 잊었던 고향 냄새, 친구 냄새… 삼십삼 년만에 고향의 봄나비가 가슴에 안겨 퍼덕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