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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비행장 - 바리톤과 피아노와 클라리넷

서 량 2008. 7. 17. 00:07

바리톤-이정희; 피아노-박보경; 클라리넷-서 량

작사-서 량; 작곡-서정선; 연주-종로교회 소강당, 2003년 5월 24일 오후 4시

        비행장

         

        비행장은
        영영 비어 있는
        우리의 스케줄이다
        빠른 동작의 무성영화처럼
        순식간에 멀어지는
        발걸음 뒷모습이다
        사람과 만나고 갈라섬이 예사롭기로
        어찌 그냥 가겠느냐
        대합실 시멘트에 떨어진 맥주거품에서
        나와 무관한 당신의
        행선지꼬리표를 읽는다

        지금껏 평생을 허겁지겁 살아온 것이다

        먼 프로펠러가
        냉가슴으로 자폭하는 비행장은
        영영 무심하게 앉아 있는
        우리의 기다림이다
        슬로 모션의 화면진행처럼
        너울너울 날아가는 그림자다
        기어이 버리고 돌아서는
        평화로움이다

        © 서 량 1991.7.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