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량 2023. 4. 15. 19:11

 

등뼈

 -- 앙리 마티스의 그림, ‘벌거벗은 여인’에게 (1949)

 

눈을 감으면 더 잘 보인다

굵은 선

봄바람 여름바람, 더더욱 부드러운

맨살 맨가죽으로

단단히 가려 놓은 기본원칙

자세를 굽히면 좀 돌출하는구나

앞뒤 가릴 것 없이

오른쪽 왼쪽이 뒤범벅이 되는 중

우리가 보이지 않는 힘으로

고개를 돌리는 중에

 

시작 노트:

마티스는 평생을 노출과 은닉을 능수능란하게 구가했다. 나이 많이 들어서 그는 색채보다 선, 線을 선호했던 게 아닌가 하는데. 아예 선으로 색채를 가려버리는 시도였을까. 하여튼 나는 가끔 그의 굵은 선이 좀 무서워질 때가 있다.

 

© 서 량 2023.04.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