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詩| 온건파 칠면조
서 량
2022. 4. 24. 07:06
발목을 삐었어
토실한 닭다리 빛 솔개 날개 빛
활짝 펴 목이 뒤로 젖혀진 자목련 자세
서재 밖 뒤뜰 실개천 건너 하늘 건너
유유히 비상하는 칠면조
보잉 747 번쩍번쩍 빛나는
칠면조 얼굴 빛 시시각각 변하네
칠면조 짙푸른 날갯짓 어느덧 멈추려나
강경파 강경파 칠면조
드라이한 잔디를 활보한다
절름절름 왼발 오른발
소절을 가로지르는 이음줄 안단테 칸타빌레 느리게
노래하듯 부드럽게 응 응 맞아 맞아 우렁차게
노래하듯 소리치듯
시작 노트:
얼마 전부터 다리를 저는 칠면조 한 마리가가 간간 혼자서 풀밭을 걸어다니는 것을 본다. 열댓 명이 넘는 대가족과 동떨어져 혼자 행동한다. 절름거리며 풀밭을 거침없이 보행한다. 나는 그를 강경파라 부른다. 한 번은 그가 풀밭을 박차고 하늘로 치솟아 오르더니 솔개처럼 보잉 747처럼 날개를 가지런히 모두어 비상하는 것이 아닌가. 느리게 노래하듯 부르럽게. 우렁차게.
© 서 량 2022.04.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