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기의 글동네/시

가을 / 임의숙

서 량 2014. 10. 16. 01:45


가을 


                         임의숙



작은 웅덩이에 잎이 떠 다니면 

가을이다, 나는

잊기도 하고, 잊은 적이 없는 것 같아

건너 뛰지 못하고 돌아서 간다

가난한 시간들이 모이면

정말 가을이다, 아버지

풍성한 들녁 일 마치고 돌아와도

쌀독은 캄캄하다

고인 배고픔만 빈 바가지로 떠 다니는

아버지의 가을이

사르르 울 것 같아

사각사각 울 것 같아서

아버지의 작은 웅덩이에 나는

풍덩풍덩 떠 다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