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기의 글동네/시
오빠 / 임의숙
서 량
2014. 1. 5. 08:27
오빠
임의숙
길을 가다 마주친
뒷모습에서
걸음걸이에서
입고 있는 잠바에서
푸르르 오월의 진초록이
떨어지는 향을 맡습니다
가장 진한 향은 얼굴에서 묻어났습니다
깍두기 머리에서
홑겉풀 눈에서
코 아래 사마귀점 하나
미소짓는 버릇까지
사각이면서 밉지않은 측은하게 끌리는
이 향은 눈으로만 맡습니다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옆을 스치는 순간 매번
붙잡고 말을 걸어
귀도 향을 맡고 싶었지만
누구냐고?
그 분의 낯선 눈빛이 되묻습니다
흐르는 인파 속으로 들어가면서
사십 중반의 더이상 늙지않는
그림자만 세워두었습니다
물컹해진 그림자를 데리고 와
수제비를 함께 먹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