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기의 글동네/시

유빙구름 / 임의숙

서 량 2013. 3. 13. 07:51


유빙구름

 

                                   임의숙

 

 

한 삽씩 퍼 올린 겨울이 구름이다

누구는 구름동굴 속에서 살았다 했고 누구는 구름다락에

살았다 한다

 

달집 창문에 점등이 겨울 저 편으로 소멸하던 날, 어둠은

생생하게 번져 왔다

그렁그렁한 사슴의 눈망울이 마지막 석고로 굳어지기까지

발톱이 온 힘을 다해 움켜 쥐었던 차가운

그것은 무엇이었을까

 

깊이를 느끼는 것은 언제나 후벼파 듯 웅크린 채 

더듬더듬 안으로 안으로 흔들고 두드리는 뻐근한 파동

울림은 빨간 심장에 닿는다

울어 본 사람의 마음 같아서 봄은

떨림이 아늑해 질 때까지

화하게 달궈진 버석한 껍데기를 싹싹 비벼 털어내고

희석 된 안개방울로 떠 올라

한 송이 목련구름 층층이 어둠을 뚫는다

새들의 날개 계단을 밟고 

활짝 열린 상공에 몇 미터의 금을 그을지

수선화 눈 길이 머무는 그 곳이겠지만

 

누구는 맴돌다 갔다 했고 누구는 서둘러 갔다 한다

모서리를 지나간 사슴의 발자국들 

단단히 매듭 엮은 신발끈을 풀며

때깔 좋은 빛들은 한 자리 잡고 앉아 성불 중이다

 

한 삽씩 퍼 올린 겨울이 구름이다

한 여름 유빙들, 소나기 그 차가운 울음을

나는 기억하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