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기의 詩모음
지구의 꽃 / 김정기
서 량
2022. 12. 30. 18:16
지구의 꽃
김정기
세상의 꽃들이 울고 있다
피는 꽃마다 맺혀지는 눈물방울이
지구 위에 물이 된다.
빌딩 사이에 흰 꽃 터널을 이룬
배꽃 그늘에서 그는 혼자 서있다.
하늘에서 물줄기가 떨어진다는 놀라움이
난해한 직선을 그린다.
꽃에서 살 냄새가 난다
생살 썩는 내
아기의 비릿한
새 살 냄새가 난다.
돌계단위에 떨어져 있는 꽃잎들이
우주에서 돌아온 사람의 발목을 잡는다.
영원한 것을 위하여 버려야하는
꽃잎들이
땅 위에서 비를 맞으며 연주하는
멘델스존의 피아노 트리오 1번 D 마이너
지구는 쥐 죽은 듯.
© 김정기 2011.04.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