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기의 詩모음

날개 / 김정기

서 량 2022. 12. 30. 18:00

 

날개

 

                         김정기 

 

한 방울 피

남루한 내 옷자락에 떨어지니

옷깃 스치는 대로 산천초목 눈뜨고

이 빛나는 날개 2천 년도 넘게 지상을 덮었습니다.

 

무릎 꿇어도 용서 받지 못할

백합 위에 얼룩 지워내며

오랫동안 걸어온  뒤 돌아봅니다

당신의 부활은 한 기 봄 쑥이 드리운 그늘까지

손길을 뻗어 거두어 주시고 

풀꽃 한 송이를 피워내기 위해서

새 날을 여셔서 허공을 딛고 하늘에 오르게 하는

날개입니다 

세상파도 속에서 섬이 되어 있을 때는

가슴 열어 안아 주시는 날개

 

살아서 믿으면 죽지 아니하는

눈부신 날개

죽어도 사는 못 자국입니다

이제 다시 새로운 봄을 경험하게 하소서

 

-- 2011년 부활절에

 

© 김정기 2011.04.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