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기의 글동네/시
겨울 보내기 / 황재광
서 량
2011. 3. 11. 02:50
겨울은 분위기에 민감하다 분위기에 약하다
채찍을 휘둘러도 소용이 없다 겨울에겐 당근이 약이다
바람은 열량을 높이고 잰 걸음으로 가던 해 게을러져
겨울의 얼굴 조금만 더 오래 비쳐주면
겨울이 녹는다
조막손 쥐고 겨울을 성토하는 새내기 꽃 봉우리들
희고 노란 꽃 손수건 흔들어 인사하는 날
겨울은 항복한다
너와 내가 다시 사랑을 시작하고
사람 사는 동네마다 두터운 커튼을 걷는 소리 들리고
지난 밤 어둠 씻어낸 맑은 얼굴들 창 밖으로 내밀기 시작하면
겨울은 사라진다 하얀 수의를 벗어 던지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