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詩| 까마귀, 또는
서 량
2011. 2. 14. 22:02
등홍색 투명한 우롱(烏龍)차를 마신다
먼 동양에서 절반만 발효된 식물,
걸리버 여행기 소인국에서인지 당신이 채집한 식물이
까마귀, 또는 용 모습으로 내게 꼬물꼬물 기어온다
본 적도 없는 식물의 체액이 내 체중을 썩둑 감량시킨다
극동지역에서 뉴욕까지 커다란 핏줄이 생겼어요
동맥경화증을 입때껏 용케 피해 오셨네요
등홍색 투명한 즙액이 울컥울컥 물결쳐 와요
우롱차가 당신의 마음을 형편없이 가라앉힌다
등홍색 투명한 우롱차를 마실라치면
내 전신이 까마귀, 또는 용이 된다
갓 깎아 튕겨져 나간 손톱 같은 날짐승이나
집채만한 물뭍동물로 돌변한다
© 서 량 2011.0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