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기의 詩모음
겨울 소나타 / 김정기
서 량
2022. 12. 27. 19:07
겨울 소나타
김정기
이름 모르는
나무들이 다리를 절며 도시에 모여 든다
어둠은 때때로 살을 저미고
홀로 부르는 노래되어
처음 보는 겨울 숲을 건넌다
오장육부를 쥐어짜는 파두(fado)*를 들으며
남몰래 흐르는 눈물을 닦던
당신 식탁에 물이 끓는다
모두 돌아가는 뒷모습을 보일 때
그래도 당신은 나를 향해 얼굴을 돌렸다
섬광 같은 일별(一瞥)이지만
갑자기 겨울은 환해졌다
겨울 나그네는 모닥불을 지피고
빛나는 것 들이 몰려오기 시작하고
감당할 수 없는 계절이 노래가 된다
고요하게 덮이는 겨울 소나타에
목을 추기며 겨울을 맞는다.
*폴투갈의 전통 유행가
© 김정기 2011.0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