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란의 詩모음

몸을 입듯이 / 김종란

서 량 2022. 12. 13. 20:26

 

몸을 입듯이

 

                           김종란

 

몸을 입듯이

봄은 입고

한 발 걸음 한 발걸음 다가오듯

한 땀 한 땀 수를 놓듯

한 소리 가슴에 스며들듯

봄은 짓는다

 

푸른 공중으로 휘인 꽃가지 마음은 가볍게 피어나고

몸은

벚나무 둥치같이 무겁고 마르고 검다

 

한끼 밥을 짓듯 봄은 스스로 지어서

가파른 이랑에 엎드려 안간힘으로 움켜쥐고 있는

두 손을 향해 내민다

몸은 무겁고 마르고 검으나

봄을 입고 봄을 짓는다

 

© 김종란 2010.03.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