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기의 글동네/시
눈 내리는 날 / 최양숙
서 량
2009. 12. 30. 07:25
눈 내리는 날
최양숙
너울 너울 눈내리는 날에는
눈을 타고 오를 수 있다.
온 하늘이 소리 없이 내리면
가벼워진 몸이 소리 없이 올라가
발 닿았던 타향이 아득해진다.
긴 다리로 훠이훠이 걷는
아버지의 발걸음 새겨놓고
아침마다 머리 빗기는
엄마의 부드러운 손길 지날 때
어린 동무들의 소근거림
눈발되어 귀를 간지른다.
세상을 다 덮고 쉬어가라고
땅을 잊고 하늘을 보라고
어제와 오늘 사이
오늘과 내일 사이
가득 채우는 선물
축하행렬 공중에서
수없이 뿌려지는 종이 조각처럼
축하 선물 송이
내리고 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