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기의 글동네/시

비 갠 오후 / 윤영지

서 량 2009. 10. 30. 09:00

 

비 갠 오후

 

   윤영지

 

 

지난 며칠 줄곧 비가 내리더니

하늘이 퀭하니 뚫렸다

빼곡히 차있던 황금빛 가을 물결이

후두둑 젖은 땅 위로 내려앉아 출렁이고

저만큼 더 보이는 하늘 바라보며

 

나도 이제는

묵직한 걱정을 사뿐한 나뭇잎으로

내려놓는 법을 배우려 한다

 

드러내는 나무들의 순리와

조용한 당당함에 수긍하며

헐벗어가는 머리칼들을 낙엽의

초연함에 잠 재워 마음을 다스린다.

 

 

2009. 10.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