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詩| 1막과 2막 사이
서 량
2009. 10. 1. 21:43
초등학교 시절, 버려진 강변 기차 다리 가까이
두터운 천막 아래에서 본 서커스 생각이 나요
공중에서 흔들흔들 그네에 거꾸로 매달린 남자 팔목을
여자가 덥석 잡는 것, 분필가루 방귀를 펑펑 뀌던
피에로의 몸짓 같은 것, 다 별로였어요 그러나
끝 부분에 하는 연극으로 손에 땀을 쥐었지요
남녀의 치정관계나 오랜 세월이 흐른 후 버림받았던
여자가 남자에게 하는 살벌한 복수 같은 거요
1막과 2막 사이에 육중한 무대 커튼 뒤쪽에서 목수들이
장도리질을 했어요 지루했던 1막 세트를 허물고
2막 세트를 새롭게 창조하는 겁니다
새 세상을 만드는 데 한 2,3십분 걸렸지요
기다림에 지친 어른들은 애꾸지 담배만 태우고요
1막과 2막 사이에 서커스 전속 목수들은 매우 바쁩니다
들리나요? 뚝딱, 뚝딱, 저 쿵쾅거리는 망치질 소리가요
© 서 량 2009.1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