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詩| 애니멀 카니발
서 량
2009. 9. 17. 21:01
사소한 눈짓 하나로
비둘기며 돌부처가 탄생합니다
자궁 같은 곳에서 수 개월간
뜸을 들였다는 말일랑 전혀 못하지요
빛 다발 한 묶음이
실시간으로 솟아나는 현장입니다
뱃살이 비단결 같은
산개구리들의 합창소리랑
우왕좌왕하는 단체행동을 보세요
팔 둘, 다리 둘, 눈 둘, 광대뼈도 둘
광속보다 빠른 생각,
진한 염원 하나만으로 꽃이며
울긋불긋한 토끼들이 척척 등장합니다
아무런 조짐도 준비동작도 없이, 펑! 터지는
크나큰 언어의 떨림이 있었습니다, 가을 숲
나비며 풀벌레가 오래 잠자던 자리에서
카니발이 다시 시작됩니다
당신의 체취가 피어납니다, 향긋하게
© 서 량 2009.09.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