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된 詩

|詩| 싫어도 봄이라

서 량 2021. 3. 17. 18:39

 

싫으면 관두라는 식이지  
육중한 얼음장 바닥에서
아앗! 뜨거워라, 뺨이며 광대뼈며
삼각형으로 다림질 당한 단풍잎들이야
죽건 말건 정이월 춘삼월 내내
진눈깨비 끼리끼리

순 지들 맘대로 난동을 부렸다는 식이지     

동네 수양버들 능수버들

갓난애기 젖비린내 냄새 난다     
딩,동! 하는 섬세한 손가락이며
겁난다 언덕길을 스치는 미끈한 엉덩이
싫다, 싫다! 외면해도 한번 더 붙자는 식이지
느지막이 도착해서 내 앞에 서는

뻔뻔스럽기 짝이 없는 봄

 

© 서 량 1999.03.26

<맨하탄 유랑극단>(문학사상사, 2001)에서

수정 - 2021.03.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