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詩| 별들의 혼성합창
서 량
2008. 11. 19. 21:58
별들의 혼성합창을 들어 본 적이 있니
늦가을 겨우 남은 체온이 지구 의식 밖 어느 곳에
깊이깊이 숨어서 저렇게 커다란 합창을 하는데
화음진행이 엄청나게 오묘하지 않니
당신이 천체에 대한 우아한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할 때
천체의 거대한 전율이 몸에 와 닿는
가볍고 나른한 충격을 위한 여백은 없었는지
유유하고 신선한 공기의 유동을 느끼는
들어 봐 무수한 별들이 아우성치며 흐느끼는 소리
무지몽매한 천체의 진동음을
좁쌀만한 별들이 흰 손을 어깨 위로 치켜 올려
바람결 억새풀처럼 너울너울
오른쪽 왼쪽으로 하염없이 흔들리고 있잖니
번복되는 리듬에 지구가 잠시 혼절하는 순간
저 외로운 별들의 우울증세도 초봄 눈 녹듯이 사라지지 않니
© 서 량 2008.1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