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詩| 춤추는 감자들*
서 량
2008. 7. 2. 09:41
엄마 배 안에서
당신의 운명이 이미 다 디자인 돼서
태어난 기억이 나나요
수정과 착상이 일어나는 순간
태아의 성질이 철커덕철커덕 조합되는 것처럼
가느다란 U자 못으로 콱콱
얇은 몇 장의 종이가 묶이듯이
제 때 제 때 유전자의 타이밍이 잘 맞았었나요
흙도 마찬가지야
당신이 감자가 흙에서 태어난 걸 새삼 알고
어머 저걸 어찌해 하며 호들갑을 떨어도
나는 귓전으로 듣는 둥 마는 둥 한다
감자가 정말 흙에서 생겨 났나 우리
겉늙은 선조들이 지 어미와
아비들을 고려장 지냈던 깊은 산골 그
천연 암반수에서 벌떡 솟아난 게 아니고?
아까 급하게 샤워를 한 내 머리카락에서도
감자 냄새가 확확 나더라
내 이마에서 감자들이
졸지에 춤을 추기 시작하더라니
멋모르는 감자, 콩알만한 감자들이
푸석푸석한 궁둥이를 제 멋대로 흔들면서
© 서 량 2008.07.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