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詩| 가래떡*
서 량
2008. 3. 14. 15:17
음력설 하루 전에 떡방아간에 가서
가래떡을 뽑아 온다 나 보다 8살 위 이모와 함께 이른 새벽에
피혁이 허연 쇳덩어리를 이리쿵덕
저리쿵덕 단단히 감싸고 빙글빙글 둔하게 돌아가는 사이에
새하얀 가래떡이 구질구질하게 기계
항문을 빠져나와 다라이 속으로 쑥쑥 들어간다
냄새가 아주 고소해
콩가루의 고소함과는 또 다른 비릿한 고소함
지금도 봄쯤 되면 앞마당에서 가래떡 냄새가 난다
양념 잘 묻힌 따끈따끈한 떡볶기처럼 쫄깃쫄깃하고
야들야들한 가래떡 저 희끗희끗한 봄꽃들
내 입 안에 절로
여린 생명처럼 속속들이 잦아드는
© 서 량 2008.03.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