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된 詩
|詩| 이불 걷어차고 자기
서 량
2007. 9. 10. 04:58
3월 새벽에
이불을 걷어차고 자다가
허벅지에 소름이 훅 끼친다
팝콘을 먹으면서 보는 공포영화에서
피를 뚝뚝 흘리는 귀신이
뺨이 통통한 여자 등 뒤로
음산한 음악에 발 맞추어 다가서면
재미는커녕 등골이 오싹해지면서
나는 전신이 후들후들 떨리기만 하는데
자율신경이
당신의 영혼을 지배하는 장면을
자세하게 그려보고 싶다
해부학 교과서에 나오는 교감신경이
찌르르 피부를 덮는
소름의 실체를 그려보고 싶다
그러나 그리려고 애를 쓰면 쓸수록
당신의 진면목을 그리기는커녕
나는 전신이 후들후들 떨리기만 하는데
© 서 량 2003.03.15
-- 두 번째 시집 <브롱스 파크웨이의 운동화>(문학사상사, 2003년)에서